종교/세계 종교

그노시스파(영지주의)

하니야다 2010. 3. 1. 19:26

그노시스파(Gnosticism)는 유대교, 동방의 종교, 기독교, 점성학 등과 그리스·이집트의 다양한 철학과 사상이 혼합되어 만들어졌다. 동서양의 다양한 철학과 사상이 활발하게 융합작용을 하던 헬레니즘시대에 특히 유행했는데 대표적인 그노시스파 주의자로는 시몬(Simon Magus), 사토르닐로스(Satornilos), 바실리데스(Basilides), 발렌티누스(Valentinus) 등이 있다. 하지만 이후 기독교가 정통 교리를 내세우며 다른 사상이나 종파에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그노시스파는 위기를 겪는다. 그 이유는 그노시스파의 주된 교리가 정통 기독교가 세우려는 교리에 완전히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그노시스파 교리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육체를 부정적으로 영혼을 긍정적으로 봄, 개인적인 깨달음을 통한 구원, 극단적인 선악 이원론)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정통 기독교의 입장과 크게 달랐다.

 

그노시스파의  자세한 교리는 다음과 같다. 그노시스(Gnosis)는 '지식'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물질적이지 않으며 따라서 보이지 않는 영적인 것을 뜻한다. 이러한 '지식'을 개인적으로 이해하면 인간은 육체를 초월하여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그노시스파(Gnosticism)의 구원에 대한 핵심 사상이다. 또한 그노시스파는 극단적인 선과 악의 이원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세상에는 선한 신과 악한 신이 있고 선한 신에게서는 보이지 않는 지식 등 영적인 것이 나오고 악한 신에게는 악의 근원이 되는 모든 물질적인 것들이 나온다고 여겼다. 따라서 인간의 선한 영혼이 죄악으로 물든 육체에 갇혀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영적인 것에 큰 가치를 두고 육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본 그노시스파의 입장에서는 정통 기독교가 내세운 예수의 육화(肉化)·부활·육체의 고통을 통해 인간의 원죄를 대신 받으려 했던 점 등은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즉, 정통 기독교가 그리스도는 육체를 가지고 태어나 인간의 원죄를 대신 속죄하였다고 믿는데 반해 그노시스파는 육체는 그 자체가 악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스도가 육화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편, 개인적인 깨달음을 통해 구원을 받는다는 사상 또한 정통파의 입장에서는 불손한 것으로 여겨졌는데 이러한 사상이 정통 교회 성직자의 역할을 축소기키고 지위를 끌어내릴 수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노시스파의 극단적인 이원론 또한 세상 모든 것이 하느님에게서 비롯되었으며 사탄도 하느님 아래에 있는 열등한 존재라는 정통 기독교 교리와는 현격히 달랐다.

 

이러한 문제로 정통 기독교의 탄압을 받아 3세기경에는 위축·쇠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노시스파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발전하면서 많은 종파에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은 기독교 교리보다 합리적이고 민중의 믿음과도 유사한 그노시스파의 교리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그노시스파의 영향을 받은것으로 여겨지는 대표적인 두 종파는 마니교(Manichaeism)와 중세의 대표적 이단인 카타르파(Cathari)이다.

 

이처럼 그노시스파는 1세기를 전후한 시기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교리 이외에도 다양한 종교, 민중 신앙과 결합하면서 끊임없이 그 모습을 다듬어 나갔고 그 결과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물질과 육체에 대한 혐오는 극단적인 금욕주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나 민중문화와 뒤섞인 그노시스파의 영향을 받은 일부 종파와 사람들은 오히려 기존의 질서나 도덕을 뛰어넘는 모습(남프랑스 지방의 카타르파-느슨한 성규범, 민중의 믿음으로 재해석된 교리 등)을 보이기도 했다.